나의 무선 통신의 역사 1; '4414264' - 중앙 도서관 신관 4층에 내가 있다.
1999년 3월, 첫 직장으로 LG전자에 입사한 직후, 그룹사 교육 도중에 처음으로 구입하게 된 휴대폰. 그로부터 만 10년 가까이 휴대폰과 함께 살아왔다. 물론 외전(?)격인 삐삐를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사용해왔고, 대학원 때 씨티폰을 쓰기도 했지만, 그 둘은 양방향 통신과는 거리가 좀 있긴 하다.
문득 지난 10년 간의 내 무선 통신의 역사를 되돌아봤다.
번외 1. 삼성 애니삐
(삼성 애니삐, 초기 모델. 이거 제대로 된 사진이 인터넷에는 없군.)
; 대학교 언제부터였나, 친구들이 삐삐를 갖고 다니기 시작했다. 언제든 20원과 공중전화만 있으면 친구를 호출할 수 있는 삐삐 써비스. 그 삐삐를 갖고 다니는 친구들을 그리 부러워하진 않았었다. 특히 그 특유의 둔탁한 모토롤라 삐삐는, 내게 그리 큰 소유의 욕망을 불러 일으키지 않았다.
그런데, 그 해(1994년) 대학교 축제 때, 삼성 전자를 비롯한 곳곳 기업의 협찬을 받은 우리 과(였나 단대였나)는- 우리 대학의 우리 과는 지방에서는 잘 나가는 과였다. - 축제 때 퀴즈 대회 코너가 있었고, 그 때의 상품 중 하나가 바로 삼성전자의 삐삐, 애니삐였다. 한 4등 정도까지 애니삐를 상품으로 줬던 것 같은데, 이 상품을 보고 나도 삐삐를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과 소유욕이 마구 오르게 되었다. ㅋㅋ 결국 상품에 눈이 어두워 같은 반 친구(도x희 양)를 꼬득여 대회에 나갔다.
시사 위주의 퀴즈 대회였기에 우리 둘은 몇일 전부터 모든 신문을 섭렵하고 열심히 공부했다. 그 결과, 딱 애니삐를 상품으로 주는 등수에 들 수 있었다. 불행히도 우리에게 주어진 상품은 애니삐 한 개 뿐이었는데, 상품에 눈이 먼 나는 여자인 파트너에게 양보할 생각조차 없이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, 밥한끼와 술한잔 사 주는 것으로 그 삐삐를 소유했다. (도x희 양, 미안했어. ㅎㅎ)
012-489-xxxx. 문득 기억난 당시 내 삐삐 번호다. 통신사는 어디였는지 기억이 안난다. SK텔레콤이었던가?
단방향 삐삐로 친구들과 통신하기 위해 우리는 나름의 기호를 사용했다. 지금 휴대전화로 가장 쉽게 하는 질문이 '지금 어디야?'인 것 같은데, 그 당시엔 삐삐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보냈다.
예1) 4414264 : 44는 중앙도서관, 1은 신관, 4는 4층, 264는 나를 나타내는 코드번호. 즉 중앙도서관 신관4층에 내가 도착했다는 것이다.(264는 내 학번 뒤 세 자리이기도 하고, 이육사는 '청포도'로 유명한 시인이기도 해서 내 코드명으로 삼았다.)
예2) 0511264 : 05는 공대5호관, 11은 1층 열람실, 264는 내 코드번호. 공대5호관 열람실에 있다는 뜻이다.
이런 식으로 위치 등록을 친구들에게, 특히 당시 여자 친구에게 꼭꼭 하고 다녔다. 친구 김병주는 큼지막한 모토롤라 삐삐였지. ㅋㅋ 보고 싶다, 그 삐삐도, 병주도~!
P.S. 글이 길어져서 나머지는 다음에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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